오늘의 한 줄 : 나눈 것은 옷이었지만, 돌아오는 길에 남은 것은 태도였다.

어제 옷을 기부하러 갔다. 안 입게 된 옷들, 그리고 아이 옷 한 벌을 골라 ‘아름다운 가게’라는 곳에 가져갔다.
옷장에서 사라져도 내 삶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들이었다. 그래서 기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.
기부를 하러 가는 길에는 괜히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.
버리는 것과는 다르다고,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. 그날은 기부라는 말이 나와 잘 어울리는 선택처럼 느껴졌다.
관찰 1) 받아들여지는 방식
기부처에서는 옷을 하나씩 훑어보았다.
색이 바랜 부분, 원단 상태를 확인하며 이런 것들은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.
말은 정중했지만, 그 시선은 꽤 빠르고 단정했다. 옷을 건네는 내 손보다 기준을 확인하는 손길이 먼저 움직였다.
그 순간부터 나는 기부를 ‘건네는 사람’이라기보다 ‘확인받는 사람’처럼 서 있었다.
관찰 2) 돌아온 한 벌
가져간 옷은 여섯 벌이었다. 그중 아이의 티셔츠 한 벌은 기부처의 정책에 맞지 않는다며 다시 돌려받았다.
그 옷은 다시 내 가방으로 들어왔고,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. 돌아온 것은 옷 한 벌이었지만, 마음도 함께 한 걸음 물러나는 느낌이 들었다.
관찰 3) 기대했던 감정
기부를 하면 보통은 마음이 가벼워질 거라 생각한다. 하지만 어제는 그렇지 않았다. 좋은 일을 했다는 느낌보다 ‘검사받고 나온 사람’ 같은 기분이 더 남았다.
기부한 옷보다, 그 옷을 건네던 순간의 표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.
정리
옷 다섯 벌은 그곳에 남았고, 나는 평소보다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. 기부는 물건을 나누는 일이지만, 그 과정에서 오가는 태도도 같이 남는다는 걸 어제는 알게 되었다.
그날의 기부는 끝났지만, 마음에서는 아직 정리 중이다.
오늘의 관찰 요약
- 기부를 하러 갔지만, 예상했던 감정은 남지 않았다.
- 기준을 설명받는 동안, 기부자의 위치를 느꼈다.
- 나눈 것은 옷이었지만, 기억에 남은 건 태도였다.
[덧붙인 생각]
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넬 때, 사실 우리가 함께 내미는 건 물건보다 마음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. 그래서 어떤 태도로 마주했는지는 기부의 결과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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