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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찰노트

아무 일 없는 얼굴로 하루를 마친 날

오늘의 한 줄 : 괜찮은 척 하루를 보냈지만, 마음은 조용히 닫혀 있었다.

아무 일 없는 얼굴로 하루를 마친 날

 

오늘은 아이 문제로 남편이 나에게 불만을 표현한 날이었다.
이야기는 아이를 충분히 케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로 시작됐지만, 듣고 있는 동안에는 점점 나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졌다.

 

아이 공부를 너무 안 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, 벌써 포기한 건 아니냐는 질문까지 이어졌다.
말의 형태는 질문이었지만, 그 안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.

 

나는 그 말을 다 받아들이지도, 그렇다고 바로 반박하지도 못했다.

 

관찰 1)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얼굴

대화를 마친 뒤에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.
크게 말다툼을 한 것도 아니었고, 목소리를 높인 사람도 없었다.

하지만 내 얼굴은 분명 조금 굳어 있었고, 말수는 줄어들었고, 남편과 자연스럽게 나누던 거리보다 한 걸음쯤 더 멀어져 있었다.

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, 내 태도는 이미 마음 상태를 먼저 말하고 있었다.

 

관찰 2) 서운함과 반감 사이

한편으로는 ‘내가 정말 부족한가’ 하는 생각이 들었고,
또 한편으로는 ‘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’ 하는 반감도 함께 올라왔다.

 

아이를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고, 지금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분명 있는데, 그 모든 과정이 통째로 무시당한 느낌이 들었다.

 

그래서 더 서운했다.

 

관찰 3) 아이 문제라는 말의 무게

아이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였지만, 결국 남은 건 ‘나는 잘하고 있나’라는 질문이었다.

 

아이의 ADHD, 그에 맞는 속도와 방식, 그리고 내가 감당하고 있는 하루의 무게까지 한꺼번에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.

 

설명하기엔 이미 마음이 먼저 닫혀버린 상태였다.

 

정리

오늘은 큰 사건이 있었던 날은 아니었다. 하지만 마음 한쪽이 오래 눌린 채로 하루가 끝났다.

 

서운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, 그렇다고 바로 풀어낼 힘도 없었다.

 

아무 일 없는 얼굴로 하루를 마쳤지만, 마음은 조용히 닫힌 상태로 남아 있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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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의 관찰 요약

  • 아이 문제로 시작된 대화가 나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졌다.
  •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, 태도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.
  • 서운함과 반감이 동시에 남은 하루였다.

[덧붙인 생각]

 

오늘은 방 안 구석의 책상에 앉아 혼자 단팥빵을 먹었다.
서운한 마음을 정리하기보다는,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.

특별한 해결은 없었지만, 그 순간만큼은 감정을 더 키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선택을 했다.
때로는 이렇게 잠시 멈춰 서 있는 것도 하루를 지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