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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찰노트

아무 설명 없이 건네준 고양이 컵 오늘의 한 줄 : 아이는 설명하지 않았고, 대신 기쁨이 먼저 얼굴로 나왔다. 어제 아이가 컵 하나를 들고 집에 들어왔다. 종이 상자에 담긴 컵은 조심스럽게 꺼내져 식탁 위에 놓였다.아이는 그 컵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. 대신 얼굴이 평소보다 조금 더 붉어져 있었고, 눈은 괜히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. 설명은 없었지만, 그 표정만으로도 이 컵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. 관찰 1) 설명보다 먼저 도착한 표정아이는 컵을 건네주면서 “이건 뭐야”라는 질문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. 설명하려는 기색도 없었다.그저 컵을 내밀었고,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는 기쁨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.말로 풀어내기 전의 감정이 이미 몸 밖으로 나와 잠시 머물고 있는 상태처럼 느껴졌다. 관찰.. 더보기
비 오는 날, 지하철 안에 남아 있던 냄새들 오늘의 한 줄 : 비가 오는 날에는, 사람보다 냄새가 먼저 움직였다.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. 우산을 접고 시장 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공기가 평소보다 낮게 깔려 있는 느낌이 들었다.습한 날에는 소리가 번지고, 냄새는 더 멀리까지 따라온다. 오늘은 그런 공기가 하루를 채우고 있었다. 관찰 1) 시장에서 시작된 냄새시장을 지날 때 통닭 냄새가 먼저 코에 닿았다. 기름에 막 튀겨진 듯한 냄새가 비에 젖은 공기 속에서 더 또렷했다.고구마 냄새도 뒤따라왔다. 따뜻한 김이 섞인 냄새는 발걸음을 잠깐 늦추게 만들었다. 냄새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듯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. 관찰 2) 지하철 안까지 따라온 것들지하철에 올라탔을 때도 그 냄새들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. 문이 열릴 때마다 잠깐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... 더보기
센터에 가기 전날, 시험 점수가 오래 남아 있던 하루 오늘의 한 줄 : 아이의 하루는 평소처럼 흘렀는데, 나는 점수 하나를 오래 붙잡고 있었다. 내일은 아이가 언어발달센터에 가는 날이다. 센터에 가는 일정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.이미 몇 번이나 반복해 온 일이라, 그 사실만으로 긴장되지는 않았다.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지난주 학교에서 봤던 국어 시험 점수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함께 맴돌았다.서로 직접 연결된 일은 아닌데, 나는 자꾸 이 두 가지를 나란히 떠올리고 있었다. 관찰 1) 점수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던 하루55점이라는 숫자는 다시 들춰보지 않아도 계속 생각났다. 아이는 평소처럼 말하고 웃고 지냈는데,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괜히 점수를 한 번 더 떠올렸다. 아이의 말 한마디, 반응 하나에 내 시선이 먼저 달려가 괜히 자리를 잡고 있었.. 더보기